어떤 것. 생성 작용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어떤 것에 맥이 깃들 때 비로소 존재로 명명된다. 생명 없는 존재는 어떤-것에 불과하다. 생성과 소멸, 집합과 해체. 일련의 힘의 밀고 당김-비가시적 작용의 매커니즘은 모두 생명 작용의 연속이다. 존재는 무한히 축적된 시간을 지나며 가닥으로 분해된다. 타존재와 결별한 생명은 끊임없이 살아남아 모든 파편 속에 잔존한다. 잔존-보이지 않는 어떤 장에서 그저 ‘있어 온’. 수많은 존재의 파편들은 비정형의 모습으로 방향 없이 유목하지만 그들은 사건의 흐름대로 각자의 미시적 사유를 짊어진 채 어떤 경계 안으로 재결집한다.


        부서진 존재들의 그룹은 평면을 낙하한다. 수평과 수직, 중심과 주변부-어떠한 방향도 이 모순적인 시간의 요동 속에서 파편은 존재-내-존재로 나아간다. 생명의 불연속적 표면은 무용하다. 존재는 생명의 경계를 공유하며 그 안에 살아남아 있다. 어떤 것들의 집합은 이 경계 안에서 유동적으로 헤엄치며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 섞인다. 선이 쌓인 곳에 면이 만들어지듯 분화의 궤적은 흘러온 시간을 무한히 쌓아올려 중첩된 시간성을 구축한다. 구성의 리듬을 이뤄 존재를 형상화한다. 존재는 하나의 종결된 형상이 아닌 그 자체로 작용의 주체로서 스스로 연결과 해체를 반복한다. 신(新)존재로서의 생성, 파편들은 저마다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잔존하는 생명의 흔적을 조명한다. 끊임없이 있어 온 모든 생명은 행동, 사유, 의식과 무의식적 차원에 스며들어 있다. 이들은 존재의 기억과 습관, 관습과 상징으로  비인간적 힘의 모습을 나타낸다. 존재-내를 약동하는 일련의 작용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어 온 것이기에 어떤 의식의 노력이 없어도 자연히 본연의 자리에 서 있다. 생명의 파동은 모든 작용으로 비선형적 축을 형성한다. 형체를 잃은 경계. 생명은 그 비물리적 힘으로서 무수한 그 어떤-것에 존재의 지위를 선물한다. 우리를 스치는 파편 속에서 생명은, 여전히 생존했음을 증명하며 안녕을 확인받는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현대미술학회 C.A.S.언피지컬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