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룸


워크룸은 서울에 위치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출판사이다. 2006년 이래 주로 미술관, 박물관, 기획자, 미술가, 저술가와 협업하며 시각문화 전반과 연관된 작업을 해 왔으며 미술, 디자인, 문학, 인문 분야의 책을 출판한다. 임프린트 작업실유령을 슬기와 민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동수상회 월간책방 협업

《언피지컬 리듬》展은 시각 예술 전시의 경계를 넓혀 작품뿐 아니라 문헌과 정보의 아카이빙, 그 속의 '언어'를 주목한다. 
관념적 생명의 흔적은 문자 영역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책'이라는 질료 속에 응축된 생명은 문장과 문단, 하나의 완결된 글 속에 활자군으로 자리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치밀하게 조직된다. 작가와 작품의 메시지와 결을 같이 하는 네 권의 책들은 도서라는 물질적 지위를 넘어서 전시가 조명하는 여러 형태로서의 생명의 흔적을 관람자에게 제시하는 계기가 된다. 
동수상회는 《언피지컬 리듬》展의 파빌리온 공간인 space mm의 갤러리 옆 책방이다. 두 달마다 한 출판사를 초대해 해당 출판사의 책만을 소개하는 '월간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출판사 워크룸프레스와의 협업을 진행한다. 
워크룸프레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로, 2006년 이래 주로 미술관, 박물관, 기획자, 미술가, 저술가와 협업하며 시각문화 전반과 연관된 작업을 해 왔으며 미술, 디자인, 문학, 인문 분야의 책을 출판한다. 

- 도서 할인 판매
할인 판매 기간 :  2024. 1. 10. - 1. 13. (아트 스페이스 이색에서의 전시 기간)
할인 내용 및 구매 방법 : 동수상회에 방문하여 전시 리플렛 제시 시 협업 도서 4종에 한하여 정가 대비 15% 할인 혜택을 제공 (동수상회 월간책방 기본 할인 10%, 전시 연계 추가 할인 5%).
동수상회 현장 방문이 어려울 시 아트 스페이스 이색에서의 전시 기간 내 주문서 작성을 통해 할인된 금액으로 도서를 구매 가능.  (주문서는 구글폼 이용, 온라인 주문의 경우 이색 공간 전시 종료 후 일괄 배송, 택배 배송비 포함) 

- 협업 도서 목록
1. 귀나팔_리어노라 게링턴 
 
신체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노화와 죽음의 무게감. 『 귀나 팔 』 의 주인공 메리언 레더비 역시 92년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보철 장치인 귀나팔은 노화된 신체의 불완전함을 표상하는 동시에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권력을 부여하고 그녀의 삶에 재미를 더해 놓는다. 메리언은 귀나팔을 이용해 자신을 양로원으로 보내려는 아들 내외의 이야기를 엿듣거나,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비밀을 염탐하기도 한다. 이러한 귀나팔의 재귀성은 우리가 세상에 부여한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전복적이다. 양로원 노인들이 덧그려 낸 연대와 우정의 회선들은 우리 모두가 사이보그적인 -소진될 육체를 가진, 보완이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며 시작된다. 괴짜같은 할머니에서 혼종적인 사이보그로, 그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출발한다.
지이호의 작업은 이를 역방향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형상을 남긴다. 지이호에게 보철 도구는 신체의 모양과 상태를 반영하며, 작품마다 필요한 맞춤형 장치를 제작하여 다시 작품의 몸의 상태를 드러내고자 한다. 몸을 반영하는 보철과 같은 보조장치를 덧대어 매끄러워진 현대인의 신체에서도 불완전함을 완전히 은폐하지는 못하는데, 불완전하기에 우리 모두는 사이보그가 되며 사이보그이기에 우리의 신체는 불완전하다.
현대의 다성적 층위에서 존재를 한 데 모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몸이라면?
우리는 제 몸조차도 꿰뚫고 통제할 수 없지만,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감과 결집을 거듭하는 하나의 맥락 안으로 모여 새로운 파란을 만들어내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불완전하기에 열려 있는,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출발한다.

2. 생전유고/ 어리석음에 대하여_로베르트 무질

삶을, 나아가 죽음을 제멋대로 기억하는 행위는 생을 이어주는 하나의 방책이다. 오독에서 태어난 이야기 줄기를 원줄기에 엮어 넣음으로써 생의 갈래를 더 길고, 두텁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삶의 여정에 대해 작가 정상우가 제안하는 일종의 새로운 헌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로서 타인에 의한 유고의 출판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로베르트 무질은 언뜻 작가와는 정 반대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무질은 작가가 두었던 가치의 무게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투박한 시간순으로 출판될 유고를 완곡히 거부하며, 자신의 힘이 남았을 때 직접 유고를 출판하기로 결정한다. 죽음까지의 여백을 뛰어 넘어 명료한 마침표를 찍은 뒤, 활자들이 무사히 마침표를 향하도록 앞으로 돌아와 다시금 써 내려가는 것이다. 죽음 이후를 마저 이어갈 유고의 생을 우선 설계한 셈이다. 불완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이들 모두는 추억 속에 재단될 ‘나’의 형상에 두려움을 느낀다. 타인의 기억을 빌어 연속될 무형의 삶은 죽음 이후를 바라보도록 하지만, 그 끝맺음은 주체적 통제를 벗어나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삶이 끝난 이후, 오독이 만들어낸 나이자 나 아닌 나로서 다채롭게 연속할 것인가, 생물학적 ‘나’의 통제 아래 만들어진 ‘나’를 강제로 주입시킬 것인가? 새롭게 주어질 무형의 삶에 대한 연속성 앞, 정상우 작가의 작품과 로베르트 무질의 글이 관념 확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3.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_한유주

겨울의 거리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꽃집, 영수증 조각, 빨대, 나뭇잎으로 이뤄진 도로처럼 영문 모를 인연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인연들은 눈치 채지 못할 때가 많고, 스쳐지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같은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사람들, 화단의 고양이. 모두 우리의 시간에 족적을 남기지만, 흘러가버리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는 그 존재들을 하나하나 새겨넣는다. 그리고 글을 매개로 독자를 그들과 또 한 번 맞닿게 한다. 길게 늘어진 이어짐을 한 데 뭉치는 매듭인 셈이다. 
우리들의 세상은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이며 불연속하다. 그 끊임없는 무질서 속에서 세상의 구성물들은 만났다 헤어지고 묶였다 풀린다. 이곳저곳으로 뻗어가는 우리의 이어짐은 그래서 위태롭다. 확신할 수 있는 것도,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하지만 세계의 조각들은 각지고 차갑지만은 않다. 눈이 내리는 날 길거리의 사람들이 “모자와 장갑을 갖고 있었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말이다.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이 이어지는 곳, 미끄러짐과 잡아당김이 공존하는 시간. 이 책이 담은 우리의 세게는 그렇게 또 이상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리듬은 박예지의 작품과도 공진한다. 박예지의 작품은 수많은 관계의 이어짐과 어긋남을 축적한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너와 나, 우리의 관계를 수많은 방울로 모아 형상화한다. 작품 속 파편들은 수직, 수평을 이루지 않아도, 선형적이지 않아도 수용된다. 관람자와 작품 간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뾰족한 마음도, 즐거운 기억도 작품은 모두 받아들이고, ㅣ를 우리와 이어지는 다리로 사용한다. 박예지의 작품은 모든 것을 뭉근한 열기로 남게 한다. 가벼운 순간의 만남일지언정 그 이어짐만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입증하듯, 순간 순간을 꼭 붙들어 맨다. 붙들어 매고, 남겨둔다.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와 박예지의 작품은 그렇기에 유대의 증거이며 앞으로 쌓여갈 관계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4. 죽은-머리들/소멸자/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_사뮈엘 베게트

책 『죽은 머리들 / 소멸자 /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은 사뮈엘 베케트의 단편집으로, 1960-70년대에 저술한 실험적인 글이 담긴 책 세 권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주로 인간의 고뇌, 한계, 죽음 등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베케트의 문학에서 시간의 흐름은 비선형적이고 어려운 구조를 가지며, 특유의 소멸될 듯한 축소적인 표현으로 초현실적인 상황과 인물이 묘사된다. 베케트 자신이 직접 ‘소멸자(dépeupleur)’로서 인식과 혼란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구현하는 불완전한 세계는, 다만 개인 존재를 무(無)로 돌아가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극대화한다. 변주와 함께 반복되는 문장들은 결국 각자의 소멸자를, 또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표상된다. 이러한 서술은, 작가가 문학 속 인물들을 빌려 한 주체의 우발적 흔적과 잔존하는 상을 드러내는 것에 가깝다. 이는 작가 고우리가 물성 실험과 수공예적, 신체적 행위를 반복하며 자신의 감정을 소강시킴으로서, 침강된 개인을 마주하는 시간을 담아내는 방식과 닮아 있다. 또한 두 작가는 텍스트로, 또 이미지로 본질에 대한 혼돈을 제시하면서, 익명의 존재가 날것의 내면에 파고들어 무언가 자각할 수 있게 만든다. 어쩌면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개별자의 삶을 다각적으로 고찰해볼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현대미술학회 C.A.S.언피지컬 리듬